아버지가 실종됐다. 집에 불을 지르고, 그대로 사라졌다. 주영은 아버지의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 마을로 향한다. 불탄 집터, 애써 외면하는 마을 사람들, 묘하게 평온한 분위기. 그리고 농인인 동생, 세형. 세형은 산에 머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돌탑을 쌓고, 절을 올리고, 향을 피운다. 마을이 평화로우려면 가장 귀한 것을 바쳐야 한다고, 세형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간다. 그리고 지금, 산은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무언가 끓고 있는 것 같다. 주영은 그 안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더 깊이. 무언가 묻혀 있다. 말하지 않는 마을, 말할 수 없는 가족. 그 안에, 무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