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살아가는 노인 용운(80대, 남자)은 꽤나 큰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집 안에는 온갖 생필품과 먹을 것들이 가득 차 있고, 옷도 넘쳐난다. 한마디로, 의식주가 완벽하게 갖춰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집은 용운 한 사람이 채우기엔 너무나도 많이 비어 있고, 그 풍족한 음식을 같이 먹을 사람 하나 없고, 그 많은 옷들을 입고 갈 곳이 없다. 의식주가 해결되니 살아는 있으나, 희망 따위는 없다. 자신에게 다가올 이벤트는 죽음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죽음마저도, 어느새 혼자 맞이해 방치되고 흉해진 채 발견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늘 따라붙는다.
용운은 항상 하나뿐인 자식인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녀딸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용운의 아내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고, 서서히 아들이 방문하는 빈도수가 줄더니 요즘은 일 년에 몇 번 올까 말까 하다. 그러다 보니 가끔 아들에 대한 서운함이 훅훅 올라와 증오로 번지는 순간들이 잦아진다. 그럴 때마다 용운은 이상한 꿈, 혹은 망상에 빠져든다.
아들이 용운의 생이 하루빨리 마감되기만을 기다리며, 그쪽으로 몰아가는 듯한 뉘앙스의 꿈, 혹은 망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아들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대신 커다란 화물차로 주민들에게 과시하듯 생필품과 식료품 같은 것들을 과도하게 많이 보내며, 자신이 아버지를 아주 잘 모시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더 즐거움을 느끼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나도 많은 양의 생필품과 식료품이 담긴 화물 택배를 받아본 용운. 수량을 대강 계산해 보니, 앞으로 몇 달간은 아들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없을 게 확실해 보인다.
서운함과 증오, 두려움과 외로움의 감정들이 뒤섞인 끝에, 용운은 최후의 수단을 강행하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밤, 의자에서 몸을 던져 자신의 고관절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용운. 그러면 자신은 반신불수가 될 것이고, 결국 아들이 자신을 돌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럴 거라고 굳게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