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무대 위, 한 여성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관객에게는 소리가 닿지 않는다. 얼굴 클로즈업 속 입 모양만 허공에서 움직인다. “침묵은 내 삶이었고, 노래는 남의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첫 음을 떼려는 순간 화면은 블랙으로 전환된다. “이 이야기는 침묵에서 노래로 이어지는 기록이다.” 영화는 물망초합창단의 연습실과 무대, 그리고 단원들의 현재 일상을 따라가며 ‘잊히는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그린다. 연습실에서 오가는 인사와 웃음, 악보 위로 시작되는 ‘고향의 봄’은 곧 울컥하는 침묵과 겹쳐진다. 노래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말로는 끝내 다 꺼낼 수 없었던 삶을 세상에 도착시키는 방식이 된다. 서사는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보경은 정치범 가족으로서 출신 성분 때문에 삶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딸과 동생 가족을 포함한 대가족 탈북을 감행한다. 그러나 가족은 체포와 강제 북송으로 흩어지고, 그는 태국 감옥 수감과 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절망 속에서 “이제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선희는 한강의 탁 트인 풍경 속에서 친구와 웃다가도, 반복되는 체포와 수용소, 강제 결혼과 노동의 기억으로 되돌아간다. “브로커에게 15,000위안에 팔렸습니다. 노예였어요.” 현재의 평온은 과거를 지우지 못한 채, 더 선명한 대비로 남는다. 최정선은 82세의 나이로, 북에서 62년을 살았던 배우의 시간을 꺼낸다. 화려했던 삶이 누명과 폭력, 처형의 목격으로 붕괴된 뒤, 그는 ‘악보를 품고 압록강을 건넌’ 결심을 말한다. 그가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준비하는 순간, 개인의 서사는 공동의 기억과 맞닿는다. 공연의 날, 단원들은 무대 뒤에서 손을 맞잡고 긴장한다. 10주년 정기 합창 공연의 마지막 합창이 끝난 뒤 객석에서 “앵콜!”이 터져 나온다. 영화는 그 외침을 ‘공연의 성공’이 아니라, 침묵을 견뎌온 이들에게 마침내 도착한 사회의 응답으로 붙잡는다. 그리고 엔딩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된 이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기록을 시작하는 손과 얼굴을 남기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