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한적한 덤불 옆, 미영은 길고양이들을 위한 새 급식소를 정성스럽게 설치한다. 자신의 손길을 기다릴 고양이들을 생각하며 설렘을 느끼는 것도 잠시, 동네 주민 기철이 나타나 급식소 설치를 강력히 반대하며 미영을 몰아세운다. 위생과 소음을 이유로 영역을 지키려는 기철과, 생명 존중이라는 명분으로 급식소를 유지하려는 미영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기철이 떠난 뒤, 이번에는 성경책을 든 전도사 은지가 접근한다. 은지는 미영의 고양이 돌봄 활동을 가엾게 여기며, 고양이가 아닌 신을 믿어야 삶이 채워질 것이라고 집요하게 구원을 권유한다. 미영은 은지의 호의를 가장한 강요에 불쾌감을 느끼며, 자신의 삶은 타인의 신앙이나 이해가 필요 없을 만큼 충분히 충만하다며 은지를 냉정하게 밀어낸다. 은지마저 떠나고 고요해진 공원. 급식소에는 여전히 고양이 한 마리 나타나지 않지만, 미영은 텅 빈 그릇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공원을 나선다. 그녀의 신념은 타인의 시선과 간섭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그 자리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