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45년, 유리와 강철로 쌓아 올린 거대한 수직 요새가 되었다. 구름 위 초상류층이 영원한 낮을 누리는 동안, '무가치한 자'로 분류된 빈민과 이민자들은 과거의 지하 주차장을 개조한 빛 한 점 없는 폐쇄 공간, '스마트팜'으로 밀려난다.
습하고 어두운 지하에서 고장 난 로봇을 수리하며 하루하루 버티던 한국인 청년 민호에게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상층부 관리자인 소피가 그의 천재적인 정비 실력을 알아보고 지상 기술자 자리를 제안한 것이다. 심연의 퀴퀴한 공기를 벗어나 처음 마주한 하늘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찬란한 수평선 너머에는 차가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유일한 친구였던 줄리앙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진실을 쫓던 민호와 소피는 거대 기업의 배후 조직인 '인구조정위원회(PAC)'의 끔찍한 실체와 마주한다. 그들의 논리는 단 하나였다. “필요 없는자는 삭제한다.”
PAC는 단순한 빈부격차의 산물이 아니었다. AI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더 이상 쓸모없어진 인간들을 소리 없이 '제거'하는 냉혈한 시스템이었다. 자신 또한 운 좋은 발탁이 아닌, 거대한 체스의 말에 불과했음을 깨달은 민호는 슬픔을 넘어선 분노를 느낀다.
민호는 결단을 내린다. 손목에 채워진 감시 장치를 스스로 끊어내며 안락한 신분과 안전을 포기하고, 다시 스스로 어둠 속으로 잠적한다. 그러나 이번엔 숨기 위해서가 아니다.
중앙 AI의 감시망이 닿지 않는 도시의 가장 깊은 곳에서, 작은 반격의 불꽃이 일기 시작한다. 차가운 논리와 높은 벽으로 세워진 이 수직의 제국에서, 한 남자가 지핀 불꽃은 모두에게 다시 햇살을 되돌려줄 혁명이 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