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라를 열 ‘대홍수’의 날을 앞두고,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어느 여름. 교주였던 ‘할머니’가 죽은 지도 한참 지나 완전히 쇠락해 버린 사교 집단에서 한평생 자라온 은자는 이모, 삼촌과 함께 ‘새나라 열릴 그날’을 준비한다. 새나라는 매일 춤을 추는 낙원이다.
약속된 날은 점차 다가오는데, 새나라를 열 ‘살이 붉고 펄떡이는’ 커다란 정성의 마지막 제물을 구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 이모와 삼촌의 신경은 점점 날카로워져 가고, 은자를 향한 학대와 폭력은 거듭된다. 은자에게 마음 둘 곳은 애완 물고기 ‘뽀뽀’뿐이지만, 이모와 삼촌은 점차 은자의 ‘뽀뽀’에게까지 눈독을 들인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어느 저녁, 스스로를 ‘은자의 친구’라 주장하는 낯선 여자가 붉은 참치회를 들고 찾아온다. 이모와 삼촌은 그녀를 ‘제 발로 온 제물’로 여기며 반기지만, 정작 은자는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낯선 손님이 영 불길하다. 은자와 달리 왕성한 식욕으로 참치회를 먹어 치우는 손님은 식사가 이어질수록 이모와 삼촌을 비웃으며 도발한다.
새나라를 여는 의식이 시작되고, 은자는 이모와 삼촌으로부터 손님을 죽여 제물로 바칠 것을 강요받는다. 두려움과 압박 속에서 폭주한 은자는 손님이 자신인지, 자신이 손님인지 알 수 없는 환각 속에서 자신을 학대해 온 이모와 삼촌을 살해한다. 난도질이 끝난 후 남은 것은 오직 피를 뒤집어쓴 은자 자신뿐.
피투성이의 은자는 물고기 ‘뽀뽀’를 데리고서 늘 꿈꿔오던 푸른 땅, ‘새나라’에 다다른다. 은자는 새하얗고 깨끗한 모습의 자신을 그리며 춤을 추고, 춤을 추고, 또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