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에 사는 노부부 운수와 말자, 연고 없는 노인들이 태반인 이곳에서 죽음은 곧 폐기를 의미한다. 사망 후 유골함에 담겨 2년이 지나면 폐기되는 현실이 이곳 사람들의 운명, 죽어서도 쉴 곳이 없는 현실을 예감한 말자는 운수에게 유언을 남긴다. 벽에 붙은 낡은 사진 속 아름다웠던 '안락산'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운수는 그녀와 마지막 여행을 위해 하루 종일 옷수거함을 뒤져 따뜻한 파커 한 벌을 구해온다. 그러나 돌아온 집에서 마주한 것은 말자의 싸늘한 주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무연고자 시신 수습반이 들이닥치고 서류상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운수는 말자의 시신을 강제로 빼앗긴다. 아내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 운수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차량에서 말자의 시신을 가로채 안락산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버스 터미널, 말자를 산 사람처럼 위장해 버스에 오르려다 들통난 운수는 터미널 인근에 세워진 시의원의 고급 벤츠를 훔쳐 달아난다. 차 안에서 운수는 말자에게 "외제차 타고 가니 고급 장례 서비스 같네"라는 웃픈 농담을 건넨다. 마침내 도착한 안락산, 운수는 초인적인 힘으로 아내를 업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지만, 고생 끝에 마주한 것은 기억 속의 갈대숲이 아닌 끝없이 펼쳐진 고급 골프장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웃음소리가 운수의 절망을 더 깊게 만든다. 설상가상 멀리서 다가오는 카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 치던 운수는 돌부리에 걸려 굴러 떨어져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밤이 깊어지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운수는 자신의 마지막 에너지를 끌어모아 다시 말자를 등에 없는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필드, 운수는 삽을 들어 말자를 위한 자그마한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그때 어둠을 가르며 날아온 골프공 하나가 운수의 머리를 강타한다. 야간 골프를 즐기던 이들은 자신들이 친 공에 맞고 쓰러진 운수와 그 옆에 말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사고를 은폐하려는 그들에 의해 두 사람은 인근 야산에 암매장된다. 세월이 흘러, 아이러니하게도 운수와 말자 부부가 묻힌 곳은 산소가 들어설 만큼 볕이 잘 드는 양지, 그 위로 두 송이의 들백합이 나란히 피어나있고, 노부부의 길고 외로웠던 장례식을 위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