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빨강에서 회색으로 변해간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도시 곳곳의 빨간 벽돌집 골목길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무너져 내려가고 잊혀진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는 회색빛 아파트들이 들어선다. 마치 다시는 볼 수 없는 첫사랑과의 기억을 되새기듯. 회색빛 도시를 살아가며 사라져가는 따뜻했던 빨간색 기억을 추모한다.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들의 기억이 깃든 도시의 풍경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빨간 벽돌로 채워졌던 거리는 허물어지고, 그 자리는 회색빛 아파트로 메워지며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 변화 속에서, 도시에 살아가는 청년은 익숙했던 장소들이 점점 잊혀지는 아픔을 느낀다. 마치 자신의 소중한 추억까지 희미해지는 듯한 상실감 속에서, 그는 사라져가는 거리와 그곳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영화는 단순한 도시의 변화가 아니라, 그곳에 머물렀던 기억과 정서까지 지워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자 애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