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코모딘의 행복한 귀환을 예상했다면 맞다. 감히 천국과 자크 타티를 함께 거론한 평이 거짓말이 아니다. 지지는 조용한 시골 마을의 경관이다. 어느 날, 소녀가 건널목 근처에서 자살하고, 얼마 전에도 소년이 철로에 몸을 던졌다. 지지는 한 청년을 수상히 여겨 뒤를 밟는다. 아무것도 안 일어나던 마을에서 아무 일도 없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하지만 영화 속이라면 다르다.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그대로 흘러가게 놔두는 방식, 영화로서 이건 대단한 용기다. 세상은 아주 이상한 곳일지 모르지만, 각자는 아주 작은 일부만을 맛볼 수 있다.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 벨벳>(1992)에서 조미료를 쏙 빼면 이런 맛이 나올까. 코모딘은 숲을 재료로 세 번째 전설을 썼다. 갓 자른 풀에서 나는 내음의 가치를 아는 자에게 이건 보석 이상의 선물이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