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한가운데,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작은 녹색섬처럼 남아 있다. 수많은 나무들이 벌목된 가운데, 어떻게 이 나무들만 남게 되었을까?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서울에서는 도시개발이 진행될 때마다 수십만 그루의 나무들이 베어지고 있다. 유년시절을 함께 한 나무들을 기록하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는 공동체의 기록으로 확장되었고, 점차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며 나무 보존을 위한 액티비즘으로 발전했다. 경제 논리 속에서 점점 더 많은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함께 자란 나무들을 추억할 권리마저 잃어가고 있다. 이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생태 파괴, 즉 에코사이드(ecocide)이다.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는 점점 생명 감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영화는 지난 7년간 녹색섬에 살았던 나무들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그 행방을 뒤쫓으며, 도시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나무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