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8년 경력의 배우이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몇 년째 캐스팅이 되지 않고 있다. 연극은 더 이상 나의 관심사가 아니고 영화나 방송을 하고 싶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무명배우의 생활을 너무 오래 지속하다 보니 내 인생도 생각도 모두 가난해졌다. 오늘도 나는 영화사에 프로필을 돌리고 캐스팅 디렉터에게 나의 존재를 알린다. 매번 힘이 들지만 그래도 나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나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힘이 들더라도 그 길이 진정 내가 가고 싶은 길이라면 계속 걸어가야 함을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