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의 이유로 단 여섯달 만에 인류의 90%가 죽었다. 정부와 과학자들은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지만 그들이 알아낸 것은 단 하나, 각자의 심장이 멈추는 정확한 시간 이었다. 혼돈에 빠진 나라와 도시들은 폭력과 무질서에 무너졌지만 이런 절망 가운데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도시가 있었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아무일도 없을 것 처럼. 안전한 죽음과 혹시 모를 희망을 위해, 사람들은 이 도시로 모여든다. 하지만 마지막 발표에 따르면 18시간 후면 남은 인류도 사라진다. 가족도 애인도 모두 잃은 후 두려움 때문에 이 도시로 왔지만, 마지막까지 살아 남게 된 처지를 원망하며 죽음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여자와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은 의심스러운 생명의 알약을 깊이 품은 채 바다를 건너온 남자가 이 도시에서 만난다. 여자의 생일인 마지막 하루. 안락함을 찾아 어렵게 도시로 왔지만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도시를 둘러보며 여자는 더욱 깊은 허무를 느끼고, 남자는 살아남기 위해 잃은 것들을 괴로워한다. 해가 지고, 함께 다른 사람의 죽음을 목격한 둘은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남은 다섯 시간을 함께 있기로 의기투합한다. 원하는 삶과 원하는 죽음에 비로소 직면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