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신예 감독의 첫 번째 내지 두 번째 작품이 아니라, 50대 후반 중견 감독의 작품이다. 그렇기에 그 동안 우리가 견지해온 어떤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선정일 수 있다. 영화 속내로 들어가보면 그러나 영화는 그 어느 신예들 영화 못지 않게, 아니 어느 모로는 한층 더 새롭고 독창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엔 여느 영화들의 그 흔한 주인공도 뚜렷한 극적 사건도 부재한다. 몇몇 중심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주인공이라 부르기 주저되고, 몇몇 에피소드들이 선보이지만 사건이라 부르기 주저된다. 그 밖에도 숱한 부재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 부재들은 흠으로 비치진 않는다. 외려 영화를 독특하게 특징 짓는다. 따라서 줄거리 소개 따윈 무의미할 터. 영화는 헝가리 어느 농촌을 무대로 펼쳐지는 인간과 삶에 대한 일종의 우화들이다. 그 우화들을 통해 감독은 비운의 헝가리 역사를 암시하고 싶어하는 듯도 싶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그저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결코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페이소스 짙은 삶의 단면들. 그 단면들을 목격하는 데서 예상치 못한 정서적•지적 울림이 감지된다. 특히 극적 중요성이 없음에도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크레딧에서 소개되는 그 많은 인물들을 지켜보다 보면 그 울림은 더욱 증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