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파벳 시티`라고 불리는 맨해튼의 A, B, C, D 애비뉴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우범지대 중 한 곳이다. 이곳은 마약중독자들과 분노에 찬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거리다. 이 황량한 거리에서 세 명의 여자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또 스쳐 지나간다. 실직한 미혼모인 콜린(루시 나이트 분)은 딸의 장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근심하고 있다. 콜린의 룸메이트 케이시(에린 노리스 분)은 성관념이 모호한 펑크족으로,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고 있다. 연인과 헤어지고 도망쳐 나온 록커 지망생 케이트(새라 폴 분)가 그들의 새로운 친구가 된다. 아미르 나데리의 뉴욕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인 [A, B, C, 맨해튼]은 90년대 뉴욕 재개발지역에서 살아가던 보헤미안들의 삶에 대한 송가이다. 나데리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이야기를 매우 정연된 형식 속에 담아내고 있는 작품으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라기보다는 존재하지 않는 보금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헤매 다니는 자동인형처럼 보인다.